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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by 육각렌치 2021. 10. 29.







계기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어 책을 읽으려고 윌라를 재결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이 전혀없는 것처럼 느끼는 요즘이었다. 한 때, '나는 왜 이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종일 하는 생각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인간 탐구가 큰 화두였던 적이 있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화자인 한동구의 국민학교 시절 5년을 다룬 소설이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다. 옛날 가정집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일본어 작품 심야식당의 마스터(주방장)와 손님들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 같은 것이다. 정확히는 시골마을의 따스함이라고 해야 맞는데 빗대어 말할 만한 다른 작품이 떠오르질 않는다.

할머니, 엄마, 아빠, 동구, 여동생이 모여사는 인왕산 자락 언덕배기에 있는 가정집 이야기가 중심이다. 여기에 동구의 학교생활 이야기도 더해진다.

'전원일기' 스러운 이 작품은 듣고 있으면 늘 따스한 무언가가 마음속에 차오른다. 이 작품을 들을 때마다 앞 차를 보고 운전하는 내 얼굴에 여지 없이 미소가 핀다.


향수

40년 전 이야기다보니 요즘과는 가정 분위기가 좀 다르다. 고약한 할머니가 3학년이 되도록 글을 못 읽는 손자에게 '똑똑한 동생 밑씻개나 하라'고 한다던지 일상적으로 '이 새끼야'라고 부르는 것은 현시점 정서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하지만 그런 것들에서 조차 향수를 느낀다고 하면 지나친 기억조작이며 미화일까. 심지어 나는 그 시대를 살지도 않았다.


국민학생 화자를 차용

화자가 국민학생인 점은 따스한 심상을 극대화한다. 작중 화자인 한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글씨를 못 읽지만 마음은 착하고 성숙한 아이다. 어린 눈으로 바라본 가정과 학교의 모습이기에 더 따뜻하다.

감상을 짙게하는 묘사와 인물 대사

이 소설은 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도입부에 인왕산 자락에 위치한 마을과 집에 대한 설명은 그 풍경이 머릿속에 뚜렷이 떠오르게 한다. 화자가 엄마와 시장에 간다던지, 소꿉놀이를 하는 일 등 디테일 묘사가 좋다.

내게는 윌라로 듣는 책이었던 만큼 성우가 중요했는데
어린아이인 동구나 세살 배기 여동생, 고약한 할머니, 자상한 선생님 등 모두 넘치거나 모자람 없는 연기를 했다. 개인적으로 윌라 인기컨텐츠 목록은 좋은 작품(문학, 비문학)을 고르는 기준이 못된다고 여전히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좋은 작품(문학, 비분학)은 대부분 첫 장(Chapter) 혹은 머릿말부터 다르다고 믿는다. 이 작품도 그런 경우다.

*신간인 줄 알았는데 2002년 작품이자 스테디셀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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