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조정경기장, 기흥호수공원, 기흥저수지에 다녀왔다.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 같은 장소이다.
아내와 나란히 숙취에 젖은 몸을 이끌고 나왔다. 점심을 배불리 먹은 터라 자전거를 좀 타기로 했다. 주말을 이렇게 멍하니 보낼 수 없다는 생각도 각자의 마음 한편에 있었다.
기흥호수 산책로는 10 킬로미터나 된다. 도보 3시간 거리다. 전부 돌아보진 못했지만 자전거길은 대체로 잘되어 있다.
자전거 타느라 자전거길은 못 찍었지만 호수 경치는 아주 훌륭했다. 산책로에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자전거를 삼십 분쯤 탔다. 해가 지기 시작했다.
캠핑체어를 가져와 자리를 잡았다. 기흥호수역 관련 현수막이 보였다. 여기도 여느 동네처럼 지역개발을 둘러싸고 갈등이 있는가 싶다.
사람들이 편안한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우리도 편안했다. 더위가 가시면서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날씨가 좋을 때 야외 생활을 만끽하자고 생각했다.
옆 집의 텐트와 파라솔이 예뻤다. 피크닉 세트 붐과 더불어 파라솔도 유행하고 있다.
체육 교과서 속표지에 쓸 법한 사진이다. 사람들이 평화로운 한 때를 보낸다. 이런 풍경을 보면 호주 생각이 난다 호주에 가본 적은 없다. 여유로운 생활의 이미지가 깊게 박혀 있어서 그렇게 생각이 난다.
당장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하늘이다. 다음날 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태풍이 상륙 중이라고 한다.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을 하나 가지고 나왔었다. 다시 읽는 장기하 에세이다. 두 번째로 읽다 보니 처음보다 눈에 들어오는 구절이 많다.
행복 앞에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에서는 모두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모두 별다를 바 없으니 남의 그것과 비교하지 말라. 남들보다 못할까 봐 불안해하지 말라. 그런 말 같다. 안심되는 말이다.
하루키는 존재하는 것은 다 사라지는 법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장기하는 존재하는 것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것도 사라진다며 그가 잃어버린 것들을 말한다.
요즘 서서히 잃어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들이 떠올랐다. 젊음, 기억력, 건강, 머리카락.
중년의 삶을 준비해야 하지 않나 종종 느낀다. 십 대 이십 대 일 때는 이삼십 대를 다룬 작품 혹은 콘텐츠를 주로 소비했다. 이로 인해, 미래에 겪게 될 일이나 감정에 대한 예습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느낀다. 삼십 대인 지금 나는 중년의 삶을 잘 모른다. 예습을 해야 할 것만 같다.
우리 자리다.
결혼 전에 몇 번 텐트를 치고 쉬다 갔다. 매점에 라면 조리기도 있어서 쉴 때 먹으면 꿀이다. 배달음식도 시켜먹었다.
노을에 하늘이 물들었다. 호수도 예쁘게 물든다. 산책로에는 가로등이 켜졌다.
무거운 몸 끌고 나온 보람이 있구나. 30분 운전해서 갈만 가치가 있는 공원이다.
사진을 다시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 맛에 캠핑을 하나보다
용인 조정경기장(기흥호수공원)
주소 : 경기 용인시 기흥구 동탄기흥로 923
주차 : 무료 (차단기가 생긴 걸 보니 곧 유료 전환할 것 같다.)
부대시설 : 화장실, 매점(봉지라면 기계도 있다.), 산책로, 자전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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