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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영화《결혼이야기(Marriage story》- 노아 바움백 감독

by 육각렌치 2020. 12. 31.






노아바움백이 연출한 영화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2019) 를 감상하고 쓴 리뷰 포스팅입니다.


결혼이야기라는 제목에 관하여

제목이 결혼이야기인데, 결혼을 시작하거나 결혼생활의 중간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결혼 생활의 끝맺음을 향해가는 부부의 이야기다. 영화 끝부분에서 부부는 이혼을 하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은 잔존한다. 노래하는 찰리의 모습과, 찰리가 LA에서 살게됐다는 소식을 들은 니콜의 반응이 서로에 관한 일말의 마음을 드러낸다.

물론 결혼을 시작할 때의 사랑과는 종류가 다른 것이고, 끝난 사랑의 부산물로서 존재하는 애틋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물론, 미워하는 마음도 남았겠지만 말이다.) 둘은 법적공방에서 상처를 주고 받고, 서로를 만나 울분을 토하고 나서, 망가진 서로의 모습을 확인하고 위로한다. 결혼의 부산물로 일종의 우정이 남았고, 적의를 진 채 이별을 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혼 이야기보다는) 결혼 이야기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러닝타임의 거의 모든 시간 동안 둘은 혼인 상태이기도 하다.


남의 입을 빌려 싸우는 이혼 소송.

둘은 변호사의 입을 빌려 법정공방을 한다. 양육권과 재산분할에서 유리하기 위해 서로를 깎아내린다. 서로의 과오 혹은 가볍게 한 말 한마디를 법정에서 언급하므로써 상대방을 부모로써 심각한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린다. 헤어지고 나서 그들은 서로의 안녕을 바란다. 니콜은 아이를 돌보는 시간배분을 55 대 45로 하지 않고 50대 50으로 하기를 바란다. 찰리의 맥아더상 상금을 나누기를 바라지 않는다. 니콜은 찰리와의 이혼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를 평생 사랑할 것이라고 말한다.

찰리가 소송을 원하지 않았고, 나도 소송없이 합의이혼에 이를 수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나는 니콜에게 있어 소송의 필요성에 대해 잠시 의문을 품었다. 이에 대해 김혜리 평론가는, 소송하지 않았다면 찰리는 본인이 이기적이며 그런 자신이 니콜의 자아가 점점 작아지도록 만들었다는 데 대한 인식을 얻지 못했을 것이라고 하였다. 니콜이 변호사와의 첫 이혼상담에서 결혼생활에 대한 울분을 토한 뒤에 'I got smaller' 라고 말하는 장면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찰리가 칼에 베인 장면

찰리가 칼에 깊게 베인 팔을 키친타올뭉치로 감싸는 중 아들이 나타나자, 곧장 주방바닥에 앞으로 누워 팔을 숨긴다. 주방에 납작엎드린 자세와 복잡한 표정은 이혼과정을 지나면서 극에 달한 그의 처절한 감정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옛 드라마 《연애시대》(2006)에서, 사랑에 마음 아픈 시기를 보내던 은호(손예진)가 피클병이 열리지 않자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여 병을 마루바닥에 내던져버리고 엉엉우는 장면이 생각난다.



영화 속에 나타난 이항대립쌍들.

니콜과 찰리. LA와 뉴욕. TV와 연극. 에미상과 맥아더상
배우와 감독. 조지해리슨과 존레논.
니콜은 변호사에게 상담할 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조지해리슨의 아내에 빗대어 말한다. 찾아보니 패티보이드는 조지해리슨에게 아내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결혼생활 끝에 이혼했다. 영화 마지막의 할로윈 장면에서 니콜은 존 레논의 의상을 입고 있다. 비틀즈의 페퍼상사( 《Sgt. Peppers Lonely Hearts Ckub Band》) 앨범커버에서 존 레논이 입은 의상이다. 이혼 후에 당당하며 활기차진 니콜의 표정, 그 자신이 존 레논이 된 것, 감독으로서 에미상 후보에 오른 것은 찰리가 니콜을 작게 만들고 있었음을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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