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4일 속초 여행의 첫 끼니는 까막골막국수였다. 사실 비가오고 서늘해서 중앙시장에 있는 감나무집 감자옹심이를 찾아갔는데, 휴가 안내가 붙은 샷다를 마주해야 했다.
두번째로 찾아간 곳은 조양동 예원수육국밥이다. 뜨끈~한 고기국물에 밥 한 그릇하려고 했는데, 여기는 재료소진으로 영업마감. 한 시에 재료소진이라니 아.. 머리아프다. 여행이 어찌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배가 고파서 미리 찾아놓은 식당 중 제일 가까운 까막골막국수로 갔다. 까막골막국수는 청초호 청초수물회 앞에 있다.
이 식당은 속초걸(sokchogirl) 인스타그램에서만 봤다. 현지인 계정은 여행할 때 참고할 만하다.
입구 밖에 다섯 테이블, 실내에 열 테이블 정도 있던 것 같다.
주차장이 엄청 넓다. 옆 식당과 같이 쓰는 것 같은데 이를 감안해도 엄청 넓은 것 같다.
영업이 빨리 끝나서 저녁을 먹을 수는 없다. 아침식사도 어렵다.
막국수 라인업은 물막국수, 비빔막국수, 매운 비빔막국수. 그리고 수육, 족발, 만두 등이 있다. 계절 메뉴인 메밀 하얀짬뽕이 맛있다던데 10월부터 가능한지라 못 먹었다.
식당에 가면 테이블의 청결함을 가장 먼저 인식하게 된다. 이전 손님이 흘린 이물질이 남았는지, 끈끈하지 않은지 확인한다.
테이블에 말랑하고 투명한 플라스틱이 깔려 있다. 보기엔 끈끈해보이지만 부들부들하고 청결했다.
물은 셀프다. 냉장고에서 꺼내온 물병 주둥이도 청결 상태를 본다. 뭔가 거뭇하게 덜 닦인게 보이긴 했지만 대체로 깨끗했다.
우리가 주문한 물 막국수, 비빔막국수 그리고 양념족발 소이다. 이 집에 온 이유는 줄서지 않는 맛집 같아서다. 다른 이유는 막국수가 유기그릇에 나와서다. 아내와 내가 유기식기를 좋아한다. 우리 집에도 유기수저, 그릇이 있다.
"양념족발 매워요?" 물어봤는데 대답이 애매해서 매운족발 대신 양념족발을 주문했다. 맵다 혹은 안맵다는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우니 모두가 아는 음식에 비유해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다. (신라면보다 맵다던지)
족발을 위한 장갑과 물티슈, 뼈통이 나온다.
비빔막국수는 맵지 않다. 들기름도 은은하게 고소해서 좋았다. 비빔이나 물이나 슴슴한 간이어서 입에 맞았다. 한 젓가락씩 더해 갈수록 간이 점점 잘 느껴지므로 슴슴한 간이 좋다고 여기는 편이다.
물막국수도 슴슴하고 깔끔하고 시원~하니 맛있다. 콩나물 비슷한 나물의 약초맛(?)같은 뒷맛이 입에 잘 맞았다. 국수면은 가늘은 편이어서 먹기 좋았다.
그릇을 들어보곤 "무거워. 좋은 그릇 같은데?" 라며 아내와 뇌피셜로 주고받았다.
전부 동일 부위로 조리한 것 같다. 아내는 살코기를 좋아하는 데 살코기가 거의 없었다. 나는 쫄깃한 콜라겐도 잘 먹는다. 본의 아니게 내가 거의 다 먹어버렸다. like 매운양념치킨 맛인 걸로 아내와 의견을 모았다.
양념족발은 매웠다. 반쯤 먹으니까 뱃속에서 힘들다는 신호가 살살 왔다. '먹고 카페에서 화장실에 가야겠군' 하고 계획을 세웠다. 나는 신라면이 조금 맵다. 진라면은 안맵다. 아내는 매운 것을 잘먹는 편이고 족발은 안 매웠다고 한다.
나는 반찬을 이렇게 적게 주는 곳이 좋다. 그 편이 믿음이 간다.
종종 가는 수원 구운동 막국수집이랑 비교했을 때 나는 까막골 막국수를, 아내는 강릉해변메밀막국수를 선호했다.
구운동 강릉해변메밀막국수도 남녀노소 손님이 많은 곳이다. 이곳은 면이 좀 굵고 간이 좀 더 세다. 그리고 양이 푸짐해서 국수 한 그릇 먹으면 배가 빵빵해진다.
수원 분들은 참고하면 좋겠다.
속초 까막골 막국수
주소 : 강원 속초시 엑스포로 12-8
주차 : 가게 옆 대형주차시설(야외)
가격 : 물막국수 8,000원, 비빔막국수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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