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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속초

속초 서점 문우당서림

by 육각렌치 2021. 9. 6.






속초 일정 첫 날.
호텔 체크인 후 문우당서림과 문단에 다녀왔다. 문우당서림(@moonwoodang_bookshop)은 밤까지 운영하지만 문단(@moondan.text)은 여섯시까지이니 오후에 방문한다면 주의할 것.

문우당서림은 내게 최고의 서점 경험이었다. 아내에게도 최고였는지는 모르지만 좋은 추억이 된 것은 확실하다.

문우당서림

보통 서점은 주차장 없는 곳도 많은데 여기는 넓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도 크고 느낌 있다.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입구

중기부에서 부여하는 실시하는 백년가게 지원사업 대상인가 보다. 문우당서림 개업은 1984년이다.

백년가게에 주는 인증이 아니라 30년이상 된 점포를 백년가게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내가 사는 수원에도 백년가게 사업대상 점포가 15개 있는데, 이 점포를 하나씩 가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입구에 비치된 '당신의 목소리'

입구에서 방문객들의 목소리를 수집하고 있다. 이렇게 모인 생각들이 서점 내에 전시돼 있었다. 의외로 상자안에 종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나에게 책이란?
나에게 문우당서림은?

'당신의 목소리'

여러 방문객이 적어낸 생각들이 서점의 다른 입구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당신의 목소리'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생각이 적혔다. 내 생각으로 서점 한 켠을 채운다는 것은 방문객에게 소소한 기념거리이자 선물이 될 것이다.

음악/교양 악보 섹션

가장 눈이 가는 섹션.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전기를 들었다 놓았다 반복하다 다시 선반에 올려두었다. 비닐포장이 되어 있어 내용을 볼 수가 없었다.

문우당서림에는 직원들이 추천하는 책 코너가 있다. 좋은 작품을 소개해주는 건 늘 고마운 일이다.

인생은 짧고 읽을 책은 많다. 평생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했던 책 중 절반도 못 읽을거라 확신한다. 그래서 중요하지 않은 책을 읽느라 허비할 시간이 아깝다. 때문에 내게 맞는 큐레이션이 절대로 필요하다.

방명록 집필하는 아내

인테리어와 소품이 특별한 카페를 만났을 때처럼 구경할 것들이 많다. 문우당서림과 문단이 아내와 나를 한 시간이나 붙잡아두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아내

시원하게 똥 잘싸고 간다고 써 놓은 사람이 있다.

2층 계단

여러 사람들이 2층으로 가는 계단에 멈춰서서 사진을 찍었다. 여행자들이 많은 것 같다. 우리도 잠시 서서 사진을 찍었다.

문구류와 엽서

2층에 올라서면 첫번 째로 마주치는 진열대에는 아마 문우당서림의 근간이 된 작품들이라고 써 있던 것 같다. 30여 권 중에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있어 반가웠다. 나의 20 대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작품이다.

엽서와 문구류 진열대 앞에 오래 서 있던 아내

서점을 나오며 아내는 '직원들이 책과 이 공간과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말했다. 아내 자신도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모든 직장인들의 풀리지 않는 난제로 이야기가 이어졌다.

아내는 관심있게 볼 때만 알 수 있는 디테일이 이 서점의 매력이라고 했다. 나는 이 날 가장 특별한 서점을 경험했다.

"책갈피+스티커 패키지를 선물해드립니다."

카운터에 서 있던 여자 직원이 구경 중인 아내를 불렀다. 글귀가 담긴 스티커와 책갈피를 주기 위해서였다. 해당 서비스에 대해 설명해주고, 스티커와 책갈피를 담은 봉투에 아내가 고른 글귀로 봉투커버를 해서 선물로 주셨다.

직원에게 받은 책갈피와 스티커

우리가 직원에게 책갈피와 스티커를 받는 중에 다른 손님이 계산을 하러 왔다. 중년인 직원은 오늘은 1층에서 계산해달라며 손님에게 선물로 연습장을 건넸다. 아내를 불러 베푼 친절한 응대에 아내와 나는 감동받았다.

감동받은 마음에 무언가 사기로 했다. 물건이 있으면 매개가 되어 기억을 오래지속하는 데 도움이 되니까. 나는 들었다 놓은 책과 엽서를 골랐다. 아내는 엽서를 집었다.

밀란쿤데라와 파크리트 쥐스킨트 섹션

2층에 밀란쿤데라 존이 있어 반가웠다. 민음사에서 출간한 밀란쿤데라 전집이 진열되어 있다. 이 작가를 위해 공간을 마련한 곳은 여기가 처음이다. 이 작가 때문에 아내와 나는 신혼여행의 절반을 프라하에서 보냈었다.

카운터 옆을 장식한 책이 예뻐서 한 장

아까 전의 친절한 직원분에게 계산하고 싶어 2층에서 계산했다. 직원은 아내에게 마음에 드는 문장을 고르게 하고, 그 문장이 적힌 책갈피를 봉투에 찝어주었다.

문우당서림 봉투갈피 서비스

아내와 함께 천천히 문장을 골랐다.

서비스로 받은 책갈피와 스티커들

내가 고른 책

정확한 단어를 사용하고 싶은 욕심은 군대에서 읽은 <상실의시대> 에서 시작했다. 이름도 생각안나지만 여주인공이 정확한 단어를 떠올리기 위해 천천히 말하는 장면이 기억나는 것 같다.

내가 고른 엽서. 우드톤 가구가 많은 거의 갈색하우스인 우리집에 어울릴 것 같아서 골랐다. 지금보니 오른쪽 그림은 에드워드호퍼 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다. 킁킁

아내가 고른 엽서들
힘내 친구들 모든 바람은 이루어질거야



아내와 나는 오랜 친구라 우리의 어릴 적 친구들이 집에 종종 온다. 친구들이 현관에 들어서면 볼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아내의 예쁜 바람.

서점을 다 보고 속초에서 (내 기준)가장 힙한 카페이자 술집인 노웨어까지 걸어갔다.


문우당서림

주차 : 무료
주소 : 강원 속초시 중앙로 45
영업시간 : 09:00-21:20 연중무휴, 주말은 21시까지
SNS : @moonwoodang_bookshop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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