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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3

말을 사랑하는 법 진 종마가 풀을 뜯고 있다. 그곁에는 그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살고 있고, 그 종마 를 사랑하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가 멀리 출타하면서 소년에게 말을 부탁한다. 소년은 자신이 얼마나 그 멋진 종마를 사랑하고, 또 그 말 이 자신을 얼마나 믿고있는지 알고 있으므로, 이제 그 종 마와 단둘이 보낼 시간이 주어진 것이 뛸듯이 기쁘다. 그런데 그종마가 병이 난다. 밤새 진땀을 흘리며 괴로워 하는 종마에게 소년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시원한 물 을 먹이는 것 밖에 없다. 그러나 소년의 눈물겨운 간호도 보람없이 종마는 더 심하게 않았고, 말을 돌보는 할아버지 가 돌아왔을 때는 다리를 절게 되어버린다. 놀란 할아버지 는 소년을 나무랐다. "말이 아플 때 찬물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치명적인 .. 2023. 2. 17.
장기하 에세이 <상관없는 거 아닌가> 소리내어 웃게 만드는 글 첫 번째 읽을 때보다 더 크게 인상적이었다. 소리내어 웃게 만들었다. 매력적인 사람의 매력적인 글쓰기다. 첫 번째로 읽을 땐 이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땐, '역시 사소하고 사생활적인 책이네' 하며 의리로 다 읽었다. 두 번째 읽은 것은 속초 대포항 근처 숙소에서였다. 잠든 아내가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테라스에서 동해 파도소리를 들으며 닭강정을 하나씩 집어 먹으며 읽었다. 이런 여유와 아주 잘 어울리는 책이다. 글을 읽고 수용하는 일은 당시 기분의 영향을 받는다. 수용할 준비가 됐는지가 감상의 질을 좌우하기도 한다. 안경을 잃어버린 것, 손 질환으로 악기 연주에 문제가 생긴 에피소드다. 그는 하루키의 글을 빌려와, 실체가 있는 것들은 모두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체.. 2021. 12. 8.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 계기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어 책을 읽으려고 윌라를 재결제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한 노력이 전혀없는 것처럼 느끼는 요즘이었다. 한 때, '나는 왜 이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럴까'하는 생각이 종일 하는 생각 중에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그런 인간 탐구가 큰 화두였던 적이 있었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화자인 한동구의 국민학교 시절 5년을 다룬 소설이다. 70년대 말부터 80년대 초를 배경으로 한다. 옛날 가정집의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말하자면 일본어 작품 심야식당의 마스터(주방장)와 손님들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 같은 것이다. 정확히는 시골마을의 따스함이라고 해야 맞는데 빗대어 말할 만한 다른 작품이 떠오르질 않는다. 할머니, 엄마, 아빠, 동구, 여동생이 모여사는 .. 2021. 10.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