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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영화

넷플릭스 추천영화 <기생충> 리뷰 잡담 : 나 저기 있는 사람들이랑 어울려?

by 육각렌치 2021. 7. 18.







제목 : 기생충
감독 : 봉준호
장르 : 드라마
국가 : 한국
러닝타임 : 131분
연도 : 2019
출연 :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이정은, 장혜진
제공 서비스 : 넷플릭스, 왓챠, 티빙


나 저기 있는 사람들이랑 어울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입니다. "나 저 사람들이랑 잘 어울려?" 기우가 과외학생인 다혜와 그녀의 방 안에서 집 정원을 내려다 보며 말합니다. 정원에는 동익 가족과 손님들이 파티를 즐기고 있습니다. 이 대사를 다른 한 단어로 하면 위화감이라 칭할 수도 있을 겁니다.

나는 가끔 내가 어울리지 않는 장소나 집단에 속해있을 때 위화감을 느낍니다. 교양 있는 공연 혹은 전시회에 갔다고 상황을 가정해봅시다. 모두가 눈 앞의 작품들을 즐기는 가운데 나만 즐기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면 기분이 이상할 것입니다. 그런 다음 나는 주변 사람들을 살펴보며 그들이 정말 즐기고 있는지 확인하려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작품을 즐기는 그들의 감정에 동화되려고 마음속으로 애를 쓸 수도 있습니다. 동시에 작품을 즐기지 못하는 나를 누군가가 눈치챈 것은 아닐까하는 마음에 약간 초조하고 불안해집니다. 눈치 챈 사람이 없는지 살피기 위해 나는 주변를 홀끗 홀끗 쳐다봅니다. 나는 위화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GDP 기준 세계 10위 경제 대국인 한국 사회는 대체로 자본소유량에 따라 소비패턴이 나뉩니다. 내가 축적한 자본의 양에 따라 사는 곳, 먹는 것, 입는 것, 소유하는 것이 계층적 변화를 이룹니다. 이 현상은 이미 오래된 일이어서 제가 대학다니던 십여 년 전 한 교양수업의 레포트에 썼을 정도 입니다. 당시에는 저는 아파트의 브랜드화, 패밀리 레스토랑 프렌차이즈의 유행을 염두에 두고 썼습니다. 의류 브랜드는 계층화된지가 훨씬 오래된 분야이니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사람을 만날 때 어느지역에 사는 지 묻는 것이 실례가 될 수 도 있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본 소비량에 따라 수직적으로 나뉜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위화감을 느낄 일이 많습니다. 부촌과 그렇지 않은 근교 지역을 매일 오가는 생활을 하면 더욱이 그렇습니다. 소위 명문대학에 강남권 출신 학생이 많은 것 처럼 학교나 직장이란 집단에는 대개 주를 이루는 계층이 있는데 그 계층이 아닌 사람이 그 집단의 일원이라면 위화감을 느끼기 쉬울 것입니다. 안산의 외진 동네에 있는 집에서 아침에 일어나 신촌의 학교를 갔다가 친구들과 청담동의 클럽에서 놀고 다시 집으로 가는 학생은 위화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을 겁니다. 동인천역의 집에서 종로의 그랑서울 타워로 출근하고 인근 와인바에서 회식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직장인은 사람들과 만날 때 위화감을 느낄 일이 많을 겁니다. 그들은 서로 취미, 특기부터 여가를 즐기는 방법, 마시는 술의 종류, 타는 차, 먹는 것, 가족의 직업, 학력, 고민거리까지 다른 것이 너무나 많을 겁니다. 많은 경우에 누군가와 하루 동안 어울려보면 상대가 서울 사람인지 아닌지 서울 중심부인지 외곽인지도 알 수 있을 겁니다.

도시빈민을 다룬 단편 소설 <삼풍백화점> 정이현 작품

이 책을 언급하는 건 단순히 도시빈민을 다룬다는 공통점 때문입니다. 저는 김영하 작가의 개인 팟캐스트를 통해 이 작품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설 <삼풍백화점> 은 도시빈민을 다룹니다. 이 책은 소득 없는 대학생 신분에도 삼풍백화점을 자연스럽게 드나들며 소비를 하는 것이 익숙한 나 그리고 작은 집에 살며 고등학교 졸업 후 삼풍백화점에서 의류매장 점원일을 하는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두 사람은 고교 동창입니다. 어느 도시라도 단순노동, 서비스직을 담당하는 사람은 있기 마련입니다. 이 두 친구의 이야기가 도시빈민이라는 관념으로 확장시키는 것을 작가가 환영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제게 단순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과 마주할 때 종종 이 <삼풍백화점>이란 작품을 떠올립니다. <기생충>도 도시빈민을 다룬다는 공통점을 지닙니다. 그리고 반지하인 기우네 집보다 더 낮은 지하벙커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다시 위화감 얘기로 돌아가서

기생충을 보면서 납득이 갸우뚱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기우네 가족이 동익네 가족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는 사실입니다. 위에서 적었듯이 큰 소득격차만큼이나 두 가족은 문화적 토양이 다릅니다. 두 가족은 급여를 주고 받는 관계이지만, 기우와 기정의 일은 생계유지라기보다는 용돈벌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남매가 정한 설정상 그 둘의 집안과 동익의 집안은 대등한 부를 갖추고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때문에 부잣집 자제인 척 하지만 실제로는 부자가 아닌 기우와 기정이 생활 양식이 전혀 다른 연교와 썩 잘 어울리며 지내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교가 백치미 있는 캐릭터가 되었어야했나? 그렇지만 영화적 설정에 따라 이해해야한다고 생각하고 가볍게 넘기고 보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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